“분명 알고 있던 단어인데 갑자기 생각이 안 나요.”
“무엇을 하려고 했는지 잊어버리는 일이 부쩍 많아졌어요.”
암 치료를 받는 동안 이런 변화를 경험하는 분들이 있습니다. 사람 이름이나 단어가 바로 떠오르지 않거나, 대화에 집중하기 어렵고, 해야 할 일을 깜빡하는 일이 반복되면서 혹시 치매가 시작된 것은 아닌지 걱정하기도 합니다.
이러한 증상은 암 환자와 치료 후 생존자에게 비교적 흔하게 보고되는 암 관련 인지기능 저하(Cancer-Related Cognitive Impairment, CRCI)와 관련될 수 있습니다. 흔히 ‘항암 브레인(Chemo Brain)’ 또는 ‘케모 포그(Chemo Fog)’라고 부르는 현상입니다.
다만 모든 인지 변화가 항암제 때문이라고 볼 수는 없습니다. 암 자체, 수면 부족, 피로, 통증, 불안과 우울, 빈혈, 호르몬 변화, 복용 약물 등 여러 요인이 함께 영향을 줄 수 있습니다.
항암 브레인에서는 어떤 변화가 나타날까요?
항암 브레인은 단순히 기억력이 떨어지는 것만을 의미하지 않습니다.
다음과 같은 변화가 함께 나타날 수 있습니다.
• 사람 이름이나 익숙한 단어가 잘 떠오르지 않는 경우
• 방금 들은 내용을 기억하기 어려운 경우
• 책이나 대화에 집중하기 어려운 경우
• 여러 가지 일을 동시에 처리하기 어려운 경우
• 정보를 처리하는 속도가 예전보다 느려진 느낌
• 계획을 세우거나 순서대로 일을 처리하기 어려운 경우
• 물건을 어디에 두었는지 자주 잊는 경우
실제로 암 관련 인지기능 변화에서는 기억력, 집중력, 정보처리 속도, 실행기능 등의 영역에서 어려움이 나타날 수 있습니다.
중요한 것은 이러한 증상을 무조건 ‘치매’로 받아들이지 않는 것입니다. 암 치료와 관련된 인지 변화는 치매와 같은 퇴행성 질환과 원인과 양상이 다를 수 있으며, 정확한 원인을 확인하는 과정이 필요합니다.
왜 항암치료 중 인지기능이 달라질까요?
항암치료 중 인지기능이 떨어지는 이유는 한 가지로 설명하기 어렵습니다.
✅ 치료 자체의 영향
일부 항암치료와 방사선치료, 호르몬치료 등은 인지기능 변화와 관련될 수 있습니다. 다만 치료 종류와 개인의 상태에 따라 차이가 크기 때문에 모든 환자에게 동일하게 나타나는 것은 아닙니다.
✅ 피로와 수면 부족
암 치료 중에는 피로가 심해지고 밤에 숙면을 취하기 어려워지는 경우가 많습니다.
잠이 부족하고 피로가 누적되면 집중력과 기억력에도 영향을 줄 수 있습니다. 따라서 인지기능 변화가 있을 때는 기억력만 따로 살펴보기보다 수면과 피로 상태를 함께 확인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 스트레스와 감정 변화
암 진단과 치료 과정에서 느끼는 불안이나 우울, 스트레스 역시 집중력과 기억에 영향을 줄 수 있습니다.
“내가 왜 이렇게 자꾸 잊어버리지?”라는 걱정이 다시 스트레스를 높이는 경우도 있어, 인지 변화 자체에 지나치게 자책하지 않는 것이 좋습니다.
✅ 빈혈·통증·약물 등 다른 원인
빈혈, 감염, 통증, 영양 상태, 호르몬 변화, 복용 중인 약물 등도 인지기능에 영향을 줄 수 있습니다. 따라서 증상이 지속된다면 단순히 ‘항암 브레인’이라고 생각하기보다 교정할 수 있는 원인이 있는지 확인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기억력보다 먼저 생활을 정리해보세요
인지기능이 예전 같지 않다고 느낄 때 무조건 뇌를 많이 사용하는 것부터 시작할 필요는 없습니다.
오히려 일상에서 기억해야 할 정보를 외부에 기록하고, 집중력을 분산시키는 상황을 줄이는 것이 도움이 될 수 있습니다.
✅ 중요한 내용은 바로 기록하기
진료 일정, 약 복용 시간, 해야 할 일은 기억하려고 애쓰기보다 스마트폰이나 수첩에 바로 적어두세요.
캘린더, 알람, 체크리스트처럼 반복해서 사용할 수 있는 도구를 정해두면 기억해야 할 정보를 줄이는 데 도움이 됩니다. NCI에서도 인지기능 변화가 있는 환자의 보상적 전략으로 일정표나 전자기록 도구 활용을 제시하고 있습니다.
✅ 한 번에 하나씩 처리하기
여러 가지 일을 동시에 하려고 하면 집중력이 더 쉽게 분산될 수 있습니다.
전화하면서 식사를 준비하거나 TV를 보면서 중요한 설명을 듣기보다는, 중요한 일은 한 가지씩 처리하는 습관을 만들어보세요.
✅ 가벼운 신체활동 유지하기
컨디션이 허락한다면 걷기와 같은 가벼운 신체활동을 일상에 포함하는 것도 도움이 될 수 있습니다.
운동과 신체활동은 암 관련 인지기능 변화 관리 방법 중 하나로 연구되고 있으며, 일부 연구에서는 신체활동이 인지기능 저하를 줄이는 데 도움이 될 가능성이 제시됐습니다. 다만 운동량은 치료 상태와 체력에 맞춰 조절해야 합니다.
✅ 수면과 피로부터 점검하기
잠드는 시간이 불규칙하거나 밤새 자주 깨고 있다면 수면 상태부터 살펴보세요.
낮 동안 지나치게 활동하기보다는 컨디션에 맞춰 활동과 휴식을 나누고, 일정한 시간에 잠자리에 드는 습관을 유지하는 것이 좋습니다.
증상이 계속된다면 원인을 확인해야 합니다
항암 브레인은 시간이 지나면서 호전되는 경우도 있지만, 모든 사람에게 같은 속도로 회복되는 것은 아닙니다. 일부 환자에서는 치료가 끝난 후에도 인지기능 변화가 상당 기간 지속될 수 있습니다.
따라서 “항암치료가 끝나면 무조건 3~6개월 안에 좋아진다”고 단정하기보다는 증상의 정도와 지속 기간을 살펴보는 것이 중요합니다.
특히 다음과 같은 경우에는 의료진에게 알리는 것이 좋습니다.
• 기억력이나 집중력 저하가 점점 심해지는 경우
• 일상생활이나 업무에 지장이 생기는 경우
• 말하기·이해하기가 이전보다 어려워지는 경우
• 새로운 심한 두통이나 시야 변화가 함께 나타나는 경우
• 걷거나 움직이는 데 이상이 생기는 경우
• 갑자기 혼란스럽거나 의식이 달라지는 경우
특히 몇 분 또는 몇 시간 사이 갑작스럽게 기억·말하기·이해·시야 등에 변화가 생긴 경우에는 단순한 항암 브레인으로 생각하지 말고 즉시 의료진의 평가를 받아야 합니다.
인지기능 변화는 어떻게 관리할 수 있을까요?
현재 암 관련 인지기능 저하에 대한 단일한 표준 치료가 확립되어 있는 것은 아닙니다.
상태에 따라 원인을 확인하고, 필요한 경우 인지재활이나 심리·정신건강 관리, 신체활동 등의 방법을 고려할 수 있습니다. NCI 역시 인지재활, 운동 및 신체활동, 주의력 회복 활동, 명상 등을 관리 방법으로 소개하고 있습니다.
한의학적 치료를 병행하고자 하는 경우에도 현재 받고 있는 항암치료와 복용 약물, 혈액검사 결과 등을 의료진에게 알리고 치료 방법을 결정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특히 침이나 한약이 항암 브레인을 치료하거나 뇌의 신경가소성을 확실하게 회복시킨다고 단정할 수 있는 근거는 충분하지 않습니다. 보완요법을 고려한다면 기존 암 치료를 대신하기보다 증상과 컨디션을 함께 관리하는 방향으로 접근하는 것이 바람직합니다.
항암 브레인, 기억력이 나빠졌다고 자신을 탓하지 마세요
암 치료 중 단어가 잘 떠오르지 않거나 자꾸 깜빡하는 경험은 환자에게 상당한 불안을 줄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이러한 변화가 나타났다고 해서 곧바로 치매를 의미하는 것은 아닙니다. 암과 치료 과정에서 발생하는 피로, 수면, 스트레스, 통증, 빈혈, 약물 등 여러 요인을 함께 살펴보면서 관리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기억해야 할 것을 메모하고, 한 번에 한 가지 일에 집중하고, 몸 상태에 맞는 활동과 충분한 휴식을 유지하는 것부터 시작해볼 수 있습니다.
자주 묻는 질문
Q1. 항암치료가 끝나면 기억력은 바로 돌아오나요?
사람마다 다릅니다. 치료가 끝난 뒤 호전되는 경우도 있지만 일부에서는 인지기능 변화가 장기간 지속될 수 있습니다. 회복 기간을 특정 개월 수로 단정하기보다 증상의 변화를 지속적으로 살펴보는 것이 좋습니다.
Q2. 자꾸 깜빡하는데 치매 검사를 받아야 할까요?
단순한 건망증인지, 암 치료와 관련된 인지 변화인지, 또는 다른 원인이 있는지 먼저 평가할 필요가 있습니다. 증상이 일상생활에 영향을 줄 정도라면 담당 의료진에게 알리고 필요한 검사를 상담해보세요.
Q3. 뇌에 좋은 게임이나 암기 훈련을 많이 하면 도움이 되나요?
인지훈련이 일부 인지기능에 도움이 될 가능성은 있지만, 무조건 많은 시간을 투자해야 하는 것은 아닙니다. 현재 인지기능과 피로도를 고려해 적절한 인지재활이나 훈련을 선택하는 것이 좋습니다.
Q4. 운동도 항암 브레인 관리에 도움이 되나요?
신체활동은 인지기능 변화 관리에 활용할 수 있는 방법 중 하나입니다. 다만 항암치료 중에는 빈혈, 호중구 감소, 통증, 수술 후 상태 등에 따라 운동 강도를 조절해야 합니다. 무리하기보다 현재 체력에 맞는 활동부터 시작하세요.
※ 본 내용은 암 치료와 관련된 인지기능 변화에 대한 일반적인 건강정보이며, 개인의 진단이나 치료를 대신하지 않습니다. 기억력이나 집중력 변화가 지속되거나 악화되는 경우 담당 의료진과 상담하시기 바랍니다.